홍보 없는 송전선로 설명회... "이게 설명회입니까?"
-시민 8명참석 송전선로 건설사업 사업설명회 안내
군산시가 공고한 '345kV 새만금#2-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가 사실상 '비공개 회의'처럼 진행돼 주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오후 3시, 군산청소년수련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설명회는 한국전력공사가 주관하고 군산시가 고시공고한 사안으로, 고압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을 놓고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기자의 확인 결과, 설명회에 참석한 인원은 총 25명 남짓. 이 중 군산시민은 단 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국전력 및 협력업체 관계자, 촬영용역업체, 군산시 공무원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설명회에 대한 사전 홍보 부족이었다. 군산시는 단순히 시청 홈페이지 고시공고란에 공지를 게시했을 뿐, 해당 지역 주민이나 시민들에게 별도의 안내나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민은 이 같은 설명회가 열리는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시민은 마이크를 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이게 설명회입니까? 군산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긴 했습니까? 어디에도 안내가 없었어요. 이렇게 몇 명 모아놓고 절차를 밟았다고 하는 건 주민 기만입니다."
고압 송전선로 사업은 환경, 건강, 재산권 등에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군산시는 새만금 개발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송전선로의 위치와 경로는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설명된 사업에 따르면, 이번 송전선로는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전기를 충남 서산까지 연결하는 광역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송전선로의 출발점은 새만금사업구역 내 김제지역 배후주거단지 인근에서 시작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는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기보다 형식적 절차 이행에 그친 모양새다. 군산시와 한전 측은 설명회 전 단 한 건의 지역 언론 홍보도 진행하지 않았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한 오프라인 안내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송전선로는 지역을 가로지르는 굵직한 기반시설이기 때문에, 그 경로 하나하나가 주민 생활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설명회를 열었다면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한전은 주민설명회 결과를 토대로 경과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송전선로 노선을 확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의 격앙된 분위기와 비판을 감안할 때,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재설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