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물 뿌려 더위가 사라질까?"…예산만 낭비하는 군산시의 여름철 살수 행정
-폭염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도로 살수, 실효성 논란 확산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군산시를 포함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도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를 앞세워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이 실제로 시민들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군산시는 도심 가로수의 전정 작업으로 인해 그늘이 사라진 상황에서, 도로 위에 물을 뿌리는 방식만으로 더위를 식히겠다는 접근이 과학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부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도로에 물 뿌리면 시원해질까?
일반적으로 도로 살수는 표면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아스팔트 온도를 순간적으로 4~13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공기 중 온도나 시민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프랑스, 일본, 서울 등 국내외 도시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도로 표면은 잠시 식지만, 더운 공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결론이 입증됐다. 게다가 살수 후 물이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수증기는 습도를 높여, 오히려 불쾌지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도시내 폭염 대응사업의 온도저감 효과 추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도로 살수의 경우 수막을 발생시켜 기온이 저감되고 30분이 지난후 기온이 1.3℃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고 보고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의 보고서역시 도로 살수의 효과는 30분~1시간 이내로 사라지며, 하루 수차례 물을 뿌리더라도 체감 기온 개선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문제는 군산시가 살수작업을 벌이기 직전, 도심의 주요 가로수에 대한 전지(剪枝)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그늘 역할을 하던 가지들이 잘려나가면서, 도로와 인도가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자 체감 더위가 더욱 심해졌다고 호소한다.
한 시민은 “그늘은 없애고 물만 뿌리는 게 무슨 폭염 대책인지 모르겠다”며, “이건 실효성도 없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녹지나 가로수가 폭염 완화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이미 다수 발표되었다. 도시 녹지는 평균 체감 온도를 3~5도까지 낮추며, 살수보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냉각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자체 예산, 제대로 쓰이고 있나-
도로 살수를 위해 동원되는 예산은 적지 않다. 차량 운용비, 인건비, 물값 등을 포함하면 여름철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그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고 지속성도 낮아, 결국 '퍼포먼스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폭염 대응은 ‘보여주기’가 아닌 과학 기반의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도시 녹화 사업 등 장기적인 체감온도 저감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 한 바가지'보다 '그늘 한 줌'이 낫다-
군산시는 이제라도 살수 위주의 폭염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로수 그늘을 지키고, 녹지를 확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 한 바가지로 태양을 막을 수는 없다. 땀 흘려 번 세금을 들여 잠시 식었다 다시 뜨거워지는 아스팔트에 물을 뿌리는 일은, 더는 '행정'이 아닌 '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