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항은 2026년 하반기 개항을 앞두고 전북 경제의 미래를 걸고 있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트라이포트(항만·공항·내륙교통망)’ 완성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이 신항은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지만, 정작 그 출발선에서부터 행정구역 귀속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지역 사회의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새만금 매립지 관할 귀속 현황에 따르면, 전체 5,900ha 중 매립 예정지 29,100ha 가운데 이미 관할이 확정된 10,454.6ha의 비율은 ▲군산시 33.2%, ▲부안군 42.6%, ▲김제시 24.2%로 나타났다.
군산시는 신항이 군산 해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군산시 관할이 당연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김제시는 2호 방조제 진입로와 그 전면 해상을 이유로 “신항은 김제의 권한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고, 부안군 역시 항만 물류의 일부 기능이 자치구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들어 이해관계에 가세하면서, 개항을 앞둔 항만의 관리권과 개발이익, 나아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세수 확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행정구역 다툼을 넘어선 ‘관할권 전쟁’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복잡하다. 대법원은 2021년 1월 14일 선고(2015추566 판결)에서 매립지 관할 귀속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폭넓은 행정 재량에 속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는 곧 지자체 간 법적 다툼이 단기간에 정리되기보다는 장기화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관할권은 항만 관리 주체를 정하는 문제이자 항만 이용료와 세수, 그리고 운영 구조 전반을 좌우하는 사안”이라면서, “정치적 타협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개항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와 동시에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신항과 기존 군산항을 ‘원포트(One-Port)’ 개념으로 묶어 통합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확정했다. 이는 항만을 분리 경쟁이 아니라 연계 통합 관리하여 국제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기초자치단체 간의 관할권 다툼이 이어진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과 현장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원포트 정책이 지역 갈등을 흡수해내는 통합의 해법이 될지, 혹은 새로운 불씨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근 어민과 상인들은 “어느 시의 관할이냐에 따라 지원 정책과 보상 체계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서로 다투기만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행정구역 갈등이 투자자와 물류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려 신항의 국제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년 하반기 개항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년여.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항만이 문을 연다면, 새만금 신항은 전북 경제의 희망이 아니라 지역 분열의 상징으로 기록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 신항의 개항은 단순히 한 지역의 이익 배분 문제가 아니라, 원포트 정책과 지역 간 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조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중재력과 지방정부의 협력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